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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싱크탱크 시각] 협동의 교육학, 사회적 경제 / 조현경

등록 2016-03-06 21:30수정 2016-03-07 10:24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자발적 결사에 의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대안적인 가치들을 구현하고자 사업을 전개한다. 사회적 경제란 민주적 참여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위한 생산과 분배를 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이윤 극대화라는 시장경제의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경쟁보다 ‘협동’을, ‘효율’보다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다.

하지만 ‘협동’을 사업의 동력으로 삼아 제도화한 ‘협동조합’의 경우마저도 협동의 경험과 자질은 여전히 목마르다. “우리들은 어려서부터 협동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옆의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 칭찬받는 교육을 받아왔다. ‘협동’이 좋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당장에 ‘협동’이 가능하겠는가.” 협동조합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경제 영역의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이뿐이겠는가. 일반 기업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조직에서의 일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은 한 사회의 구조를 형성하는 인프라인 ‘교육’의 왜곡에서 비롯됐다. “(나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왔다).” 2010년 3월 대학 거부 선언을 했던 김예슬씨의 고백이다. 6년이 흐른 지금도 하루 평균 165명, 매년 6만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정규직’, ‘임대업’이라는 뉴스가 들린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학교 교육은 여전히 능력의 발현과 발달에 있어 ‘경쟁’이 더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등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구조화·고착화되었으며, 대학의 위계는 공고하기만 하다.

‘협동’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과 함께 일하는 법이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교육심리학자 비고츠키는 ‘협력’이 공동체적 삶을 위해 필요한 가치일 뿐아니라 인간 발달에서 필수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간적 가치라는 것이 본래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들의 공동체’ 속에서 고양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체적 인간들이 모여 자치와 협동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의 가치는 교육과의 연계 가능성이 충분하다.

협동은 실천을 통해 배워야 하며, 주체적 참여를 통해 체화된다는 믿음은 ‘사회적 경제’를 공교육으로 끌고 오는 공감대와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역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공립학교가 전환해 만든 ‘협동조합학교’와 국내 교육경제공동체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2015년 현재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는 843곳에 이르고 있으며, 국내 ‘학교협동조합’은 준비 중인 곳을 포함해 30여곳으로 파악된다. 특히 매점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국내 학교협동조합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건강한 먹거리와 ‘협동’의 교육운동을 펼치며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충남·서울시 등 몇몇 시·도교육청들은 사회적 경제를 교육할 수 있는 교재나 교과서들을 제작·보급하기 시작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설립한 호세 마리아 신부는 협동조합을 ‘경제적 수단을 활용한 교육 운동’이라고 칭했다. 협동의 교육학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응원한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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