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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골적인 총선 개입, 대통령의 ‘대구 방문’

등록 2016-03-10 20:55수정 2016-03-17 10:38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자신의 ‘정치적 안방’인 대구를 방문한 것은 작심하고 총선에 뛰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명목은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 보고회 참석이지만 순수한 국정 운영 행보로 보기 어렵다. 총선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나, 방문 지역, 행사 참석자들의 면면 등을 볼 때 확실한 정치 행보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찍어내기’ 막말 파문 속에서 이뤄진 점부터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신을 평소 ‘누님’이라고 부르는 최측근의 막가파식 언동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데도 보란 듯이 대구를 방문한 데서 박 대통령의 안면몰수 강심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친박 실세들이 공천 과정에서 설쳐대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임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대구에 머물면서 방문한 곳은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거나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대구 동구갑과 북구갑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진박 후보들이 모두 현역 의원들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곳이다. 수성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이 선전하면서 ‘사상 첫 대구 야당 의원’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결코 이런 상황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듯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총선 때마다 대구를 방문해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판세를 흔들어보겠다는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이 지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핵심 지지층을 향해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자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다. 청와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보”라고 둘러대고 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백 보를 양보해 꼭 필요한 일정이라고 해도 선거를 앞두고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새누리당 사람들마저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고 수군대는 상황에서 국민더러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활동’이라고 믿으라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겪고 있는 극심한 혼란상의 진원지는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배신의 정치”니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느니 하는 말로 공천 개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당은 이미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박 대통령은 겉으로는 경제니 안보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오직 총선 승리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치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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