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놓고 심각한 내분에 빠지면서 창당 한 달여 만에 분당 위기에 직면했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1일 사퇴 의사를 밝혔고, 천정배 공동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야권연대 불가를 고수하는 데 반발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의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제3 지대 정당’ 구축이라는 야심 찬 구호를 내걸고 등장한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 반짝인기도 잠시였을 뿐 지금은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새정치를 하겠다는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갖가지 구태정치에다, 불분명한 당의 정체성과 노선, 각종 국가 현안에 대한 정책 부재와 갈팡질팡, 세 불리기를 위한 잡탕 인사 등이 빚은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내세운 ‘양당체제 극복’이라는 구호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점이다. 이번 총선은 빈사 상태에 빠진 민주주의가 완전히 숨을 거두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야권 분열에 대한 야권 지지층 우려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한길 위원장 등이 이제 와서 야권연대를 말하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일 수도 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도 대의명분보다는 자신의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사적 이익 때문이었고, 이제 상황이 불리해지자 야권연대를 들먹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순적 행태를 따지기에 앞서 전체 정치 지형을 걱정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야권이 공멸하느냐 마느냐는 엄중한 순간에서 그나마 ‘뒤늦은 자각’은 나름의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제 관심은 안철수 대표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의 태도로 미뤄 볼 때 그가 고집을 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안 대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당 미래에 대해서는 창당 주역들마저 “회생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 대 당 통합이나 전국적 연대가 어렵다면 최소한 ‘수도권 연대’ 등에 대해서라도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국민의당 공중분해를 막는 방법이다. 안 대표의 고집은 본인만 광야에서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마저 완전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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