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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업대책 전제돼야 구조조정 가능하다

등록 2016-04-21 19:44수정 2016-04-22 09:39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게 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량 실업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조정은 야당엔 일종의 금기어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이들 야당이 이전과 달리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해운·조선·철강·건설·석유화학 등 5개 취약업종에서 일부 기업들의 사정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해운과 조선은 적자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면서 벼랑 끝까지 몰려 있다. 또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의 ‘500대 기업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를 보면, 10%가량이 3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인력 감축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거리로 대거 내모는 방식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가 부실한 한국 사회에선 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울 때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방안부터 찾아야 하며, 동시에 실직자에 대한 생계 유지와 재취업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또 구조조정의 충격은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에만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와 주변 상인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친다. 이런 취약계층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도 미리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면서도 실업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래서는 구조조정의 불안감을 줄일 수 없고 협조도 이끌어낼 수 없다. 정부는 서둘러 구조조정과 관련한 종합적인 민생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멀쩡한 기업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재벌 총수나 경영진에게도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경영을 잘못하거나 비리 탓에 기업이 망했는데도 자신만 호의호식하는 기업인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봐왔다. 정부 관료와 국책은행 관계자들도 그간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쟁력을 잃은 기존의 주력 산업을 넘어서는 새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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