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개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은 이 정권이 세월호 참사 보도를 막으려고 얼마나 집요하게 언론을 압박하고 통제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전 보도국장은 2014년 5월 보도국장에서 해임된 뒤 “청와대 쪽이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 녹취록은 김 전 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이자 청와대의 외압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21일과 30일 두차례 이뤄진 이 통화 내용을 보면 청와대의 태도에서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의식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전 수석은 한국방송의 <뉴스9> 보도에 대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느니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달라”느니 하며 대놓고 보도 삭제 압박을 가했다. 청와대의 이런 압박은 실제로 먹혀들어 <뉴스9>의 중요 기사가 다음 뉴스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오늘 뉴스를 대통령이 봤다’며 내용을 바꾸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보였다. 수백명의 어린 목숨이 수장된 마당에 청와대가 대통령 심기 보필에 골몰해 있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전 수석과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해경이 아닌 선원들에게 떠넘기려고 애를 썼음도 알려준다. 4월21일 통화에서 이 전 수석은 “(한국방송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지금 누구 잘못으로 이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공영방송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운운하며 해경 책임을 묻는 보도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참사의 정부 책임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것이 청와대의 보도 통제 의도였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발언인 셈이다.
통화 내용이 공개된 이상 이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방송법 4조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통화 내용은 이 전 수석이 방송법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이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20대 국회는 정권이 방송을 함부로 쥐락펴락하지 못하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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