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한국방송>(KBS) 보도 외압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뻔뻔하고 터무니없다. 권력이 언론에 간섭한 것부터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현행법을 어긴 심각한 범죄행위인데도 정당한 업무라고 우기는 것도 법을 무시한 행태다.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2014년 4월30일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 보도국장과의 통화에서 저녁 9시 뉴스에 나온 비판적 내용의 기사를 밤 11시 뉴스에선 빼달라고 요구했다. 순서를 바꾸라거나 보도를 미뤄달라는 주문도 있다. 뉴스 편성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다. 이를 고분고분하게 수용하지 않았던 김 국장이 결국 물러났으니, 단순한 청탁이 아니라 강한 압력이다. 어느 법률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송 편성에 규제나 간섭을 할 권한이 있다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도 압력을 가하고 간섭을 했으니 방송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범죄다. 검찰은 이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거나 “개인의 독자적 판단”이라는 청와대 주장도 어처구니없다. 청와대는 “오보를 바로잡기 위한 정상적인 업무협조 요청”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전 수석은 당시 오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나중에 청와대 등이 정정보도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시 보도는 대부분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오보를 고쳐달라는 게 아니라 보도가 불편하니 안 보이게 해달라는 강한 요구였다. 그런 압박이 통상적 업무일 순 없다. 범죄라는 의식이 무뎌진 탓에 관행으로 착각한 것일 뿐, 통상화된 범죄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열심히 하다 생긴 부작용”이라고 말하면 그런 범죄를 또 저지르라는 부추김이 된다.
무엇이 이 전 수석을 부추겼는지도 뻔하다. 당시 통화를 보면 대통령이 한국방송 뉴스를 보고 ‘반응’을 보인 탓에 압력 전화를 하게 됐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그렇게 정권 차원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언론 통제가 의심되는 터에 ‘개인의 판단’이라고 뻗댄다고 해서 의혹이 덮일 리 만무하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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