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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관치경제의 최악 결정판,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록 2016-07-04 17:58수정 2016-07-04 19:52

지난해 10월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보고된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방안’ 문건이 4일 <한겨레>를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서별관회의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의 상당 부분이 이 문건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을 보고받고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수조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중대한 경제범죄인 분식회계 혐의를 알고도 덮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기 어렵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이 4일 서울고검에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고 전 사장은 재임 중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이 4일 서울고검에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고 전 사장은 재임 중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우조선 사태는 분식회계의 결과라는 점에서 미국의 엔론 사태와 유사하지 않나 생각된다.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1년 부실한 재정 상태를 회계 부정으로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산한 엔론은 기업 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서별관회의의 무책임과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은 “문건을 살펴본 결과, 서별관회의가 대우조선 처리 과정에서 관련기관 임직원에 대한 면책 처리 결정을 내렸다”고 공개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이 더 커져 국민 부담이 가중돼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방만한 경영에는 정치적 배후가 있다. 수없는 낙하산이 온 것도 정치적 배경에 의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주요 경제부처 기관장들이 청와대에 모여 회의를 했는데 자료는 물론 회의록도 관리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정상적이라고 보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은 차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는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별관회의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고 국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혹투성이인 서별관회의에 대한 근거 있는 문제제기를 ‘정치적 공방’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또 금융위원회는 해명자료에서 “서별관회의는 현안을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사전 의견 조정을 위한 비공식 회의다.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논의 안건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관 임직원에게 면책을 보장해주고도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문건이 공개됐는데도 출처를 알 수 없다고 잡아뗀다. 금융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될 경우 통상문제가 야기돼 국내 산업 전반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구조조정으로 세금을 낭비한 정부가 언론과 국회를 압박하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거듭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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