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이 폭염 못지않게 뜨겁다. 매년 여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양상이 예년과 다르다. 인터넷에서 ‘누진제 폐지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정치권은 누진제 개편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누진제 완화를 주장했다. 누진제의 부작용이 더는 덮어두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얘기다.
현행 누진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현실성이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인데, 가정용 전기요금에 여섯 단계로 나뉘어 부과된다. 1단계는 100㎾h(킬로와트시) 이하로 ㎾h당 요금이 60.7원, 6단계는 500㎾h 초과로 ㎾h당 요금이 709.5원이다. 누진율이 11.7배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도 누진제 구조는 2007년 이후 10년 가까이 그대로다. 전력 소비 변화를 반영해 누진구간이나 누진율을 조정하지 않다 보니,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이 특히 여름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상가에 적용되는 일반용은 ㎾h당 105원, 산업용은 81원이 일률적으로 부과된다. 가정용은 누진 2단계에만 들어가도 ㎾h당 125원으로 일반용과 산업용보다 비싸진다. 반면 분야별 전력 소비 비중은 산업용 53%, 일반용 20%, 가정용 13% 등이다. 전기를 가장 적게 쓰는 가정이 전기료 부담은 가장 크니 형평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시내 상점들은 한여름에도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대면서 문까지 열어놓고 영업을 한다. 또 대기업들은 거액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까지 받는다. 한국전력의 자료를 보면, 2012년~2014년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은 상위 20개 기업의 감면액이 3조원을 넘는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절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전력 소비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절약 기술 투자에 소홀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행 누진제 개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 수요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신생에너지 개발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분야별 전기요금 부담을 조정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누진제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국민의 이유 있는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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