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가 결국 제3차 청문회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애초 계약금까지 받았던 사학연금회관 쪽이 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다음달 1일부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온 데 비춰 보면 이번 일도 석연치 않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작업은 여권의 훼방 속에 전쟁 치르듯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특조위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이석태 위원장 등 간부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단식 중인 가운데 지난 17일부터는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등 유가족 2명이 사생결단을 내기 위한 단식이란 뜻의 ‘사생결단식’을 하고 있다. 특조위는 예산이 끊겨 이 위원장 등이 사비를 들여 청문회 장소를 빌리는 등 어렵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 조사 활동이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수뇌부와 정부 여당에 있다. 검찰 수사 단계부터 해경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조차 빼도록 요구했고, 특조위 조사 단계에선 해경·검찰 등 각 기관이 자료 제출마저 거부하며 버텼다. 그래 놓고 이제는 해양수산부를 앞세워 활동 시한이 지났다며 특조위의 3차 청문회조차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선체 인양도 안 된 상태에서 참사의 기억 자체를 봉인해 버리려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참사 당일 인명 구조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자료와 영상을 채근하는 데 골몰했던 청와대 인사들과 해경 고위층의 책임이 드러나는 것을 막아보려는 안간힘이다. “그놈들(선원들) 잘못”이라며 “해경을 밟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정현 녹취록’에서 확인된 그대로다.
야당들의 무기력한 태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이달 초 야당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 등 8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해 놓고는 결국 여야 협상에서 세월호 참사는 ‘선체 조사’만 계속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총선 전 야 3당이 약속한 특별법 개정과 특검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여야가 겨우 합의한 서별관 청문회조차 증인채택 문제로 겉돌고 있으니 ‘야대 국회’란 이름조차 민망할 정도다.
절차와 여론도 고려해야겠지만 정치는 결국 신념으로 이뤄내는 것이고 과정 못잖게 결과가 중요하다. 야당의 단호하고 결연한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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