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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인간이길 포기한 백남기씨 관련 혐오와 모욕

등록 2016-10-06 17:18수정 2016-10-07 10:53

경찰의 물대포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과 그 유족에 대한 혐오와 모욕이 도를 넘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짐승의 언어로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 못을 박더니 이번에도 그때와 똑같은 패륜과 야만이 횡행한다. 권력을 편들려고 일부러 그러는지, 동료 인간의 비극에 아파하는 공감의 능력을 아예 상실한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사람이길 포기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러겠는가.

혐오와 모욕을 퍼붓는 이들은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라고 주장하면서 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했다고 언급하자, 기회를 잡았다는 듯 대뜸 유족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공격하고 나선다. 자유청년연합 대표라는 이는 유족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고, 세월호 유족들에게도 막말을 퍼부었던 극우 행동단체 ‘엄마부대’는 백 교수를 지지한다며 유족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백남기 농민 사망의 책임을 유족에게 돌리면서 모욕하고 음해하는 글이 거리낌 없이 유통됐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 때문에 사망했음이 당시의 영상기록과 의료기록으로 이미 명백하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다. 그가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소생 불가능 판정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모른체한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물대포에 맞는다고 얼굴 뼈가 안 부러진다”며 당시 상황을 무시한 궤변까지 내놓는다. 경찰과 권력의 책임을 묻는 대신 되레 유족에게 종주먹을 들이대는 꼴이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유족을 패륜으로 몰기도 한다. 외국에 살다 급히 돌아와 몇달씩 아버지 곁을 지킨 둘째 딸이 시가 쪽 행사 때문에 동서의 친정인 발리에 잠시 들렀다가 임종을 못 한 것을 두고, 죽어가는 아버지를 두고 놀러 다닌 매정한 딸로 매도하는 이들이 있다. 김진태 의원이나 웹툰 작가 윤서인씨 등이 그런 왜곡에 앞장섰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힘겨운 유족에 대한 연민과 배려는 아예 없다. 사실을 비튼 그런 흑색선전으로 대체 무슨 효과를 얻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나 세월호 참사를 두고 ‘시체팔이’ 따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욕보이는 행태는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은 것이다. 그런 일탈에는 엄중한 경고와 책임 추궁을 해야 마땅하다. 야만이 더 번지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상식과 이성을 찾아야 한다.

[디스팩트 시즌3#22_의사 김용익 원장, 백남기 농민 사인을 말하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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