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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색깔몰이’ 말고는 잘하는 게 없는 정권

등록 2016-10-17 17:34수정 2016-10-19 09:39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시녀 정권” “북한의 종복”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대대적인 색깔몰이에 나섰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엔엘엘) 포기’ 논란 때와 똑같은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논란의 일차적 핵심은 ‘기권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았다’는 회고록 내용이 과연 정확한가이다. 송 전 장관은 “진실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등의 말로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 등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많은 관계자는 입을 모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의 기권 입장은 송 전 장관이 말한 11월18일 회의에 앞서 이미 그해 11월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이 났으며, 이튿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해 기권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이 인권결의안에 줄곧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점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부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며, 회고록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당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의 일치된 기억은 틀리고, 송 전 장관 한 사람의 기억만 정확하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누리당이 대대적인 색깔몰이에 나선 이유는 뻔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권력형 비리를 덮고, 경제·안보 등 국정 무능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 입으로는 정쟁 중단이니 민생 우선이니 외치지만 또다시 국가 현안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구태의연한 색깔몰이 진흙탕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저열하고 유치한 구습을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하려는지 답답할 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당시 상황에 대해 좀더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뿐이다. 기억이 희미하다면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해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몸담았던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태도임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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