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공개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고교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집단적으로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지난 20일엔 국회 본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이에 아랑곳 않고 국정교과서 추진 일정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 신뢰를 잃은 박근혜 교과서를 여전히 붙들고 뻔히 예상되는 교육 현장의 혼선을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 무책임한 관료주의적 발상이 놀랍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란 점에서 이제부터 야기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오롯이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이준식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져야 함을 분명히 해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본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 오류 등을 일부 바로잡는 것 이외에 핵심 내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비롯해 박정희 정권 미화와 친일파 행적 축소 등 편향성 논란을 빚은 현장검토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미 박근혜 교과서를 탄핵한 국민 대다수의 감정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현실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통해 교육부가 기존 검정교과서 체제를 올해 1학기부터 적용할 준비를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내년 국검정 혼용 등 국정화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애초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 직전에 있고 국회 교문위가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에 넘긴 사실 등을 고려하면 혼선 방지를 위해서도 국회의 결의안 내용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여전히 ‘박근혜 교과서’를 옹호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결의안 표결 과정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국정교과서 추진으로 인한 혼란의 책임을 함께 지지 않으려면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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