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중국 보복의 피해, 박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등록 2017-03-05 17:33수정 2017-03-05 19:02

박근혜 정부는 끝까지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졸속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을 내릴 줄만 알았지 중국의 반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중국이 본격적인 보복조처에 나섰는데도 고작 “유감” “대책을 검토 중” 따위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월호,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박근혜 정부 내내 계속된 우왕좌왕과 무책임이 마지막까지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상태였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몇 차례씩 밝힌 이상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 사람들은 “중국이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황교안 국무총리)라는 따위의 근거 없는 낙관론만 늘어놨다. 정부는 이제 와서 중국과 대화를 하겠다느니,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느니 하며 뒷북을 치고 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도 중재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1~2년씩 걸리기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뾰족한 수도 없이 한숨만 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일부 보수신문들도 한몫 거들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며 비난하기 바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기업 몇곳이 망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늘어놨다. 합리적인 상황 분석과 충고로 정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판단착오를 부추겼다. 그러다가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러고도 대국이냐” “치졸하고 오만한 횡포”라느니 하는 볼멘소리만 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에 중대한 해를 끼친다고 굳게 인식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사실 사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무능과 무식함으로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를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물러난다고 해도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 잘못 뽑은 대통령 한 명이 끼친 해악이 정말 크고도 깊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