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15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이 제도화·장기화하는 양상이어서 심상찮다. 이런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우선 이날 시작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이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의 보복조처는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에 걸맞지 않은 치졸한 행태다. 사드 배치를 추진해온 일차적 주체인 미국 대신 상대적 약자인 한국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패권주의적이기도 하다. 수교 25돌을 맞은 한-중 관계의 핵심 정신인 호혜·협력을 해치는 것임은 물론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중국 역시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자해 공갈’은 두 나라 관계에서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엠디)의 일부분으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우려는 미-중 패권 경쟁의 관점에서 볼 때 일리가 없지 않다. 여기에 대해 미국이 직접 중국에 답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드 배치 결정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커지는 중국의 우려를 그대로 둔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두 나라는 틸러슨 장관의 방중과 새달 초 정상회담 등을 통해 사드 갈등을 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아전인수의 논리에 가깝다. 수도권이 사드 방어 범위에서 벗어나는 등 효용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불러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강행이 미-중 대결을 더 악화시킬 경우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사드 배치는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합리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섣부르게 결정한 것이다. 이래저래 다음 정부가 이 사안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은 사드 갈등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마땅하다. 사드 문제보다 더 중요한 북한 핵 문제를 풀려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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