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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망선고’ 받은 국정교과서, 교훈으로 새겨야

등록 2017-03-19 17:32수정 2017-03-19 18:52

대구지방법원이 17일 경북 문명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3년 가까이 계속된 국정교과서 파동이 일단락을 맺었다. 문명고 학부모들이 ‘효력정지 신청’과 함께 제기한 ‘연구학교 지정 취소 소송’의 결과가 남아 있지만,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쓰는 학교는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밀어붙인 국정교과서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동안 잘못을 거듭해온 정부는 이 사태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탄생 과정은 온갖 억지와 편법의 전시장이나 다름없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잘못된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느니 하는 수준 미달의 논리를 들이대며 강압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집필진도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집필을 강행했다. 전문가도 아닌 뉴라이트 인사들이 졸속으로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박정희-박근혜 교과서’로 드러났고 수백건의 오류가 포함된 불량 교과서로 판명 났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문제 덩어리 교과서를 철회하지 않고 국·검정 혼용으로 쓰겠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다가 끝내 문명고에서마저 퇴출당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면 교육부도 문명고도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앞으로 본안 소송에서 연구학교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정교과서 철회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날 학교 누리집에 ‘민주주의 실종’이라는 글을 올려 국정교과서 채택에 반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해 억지를 쓰고 있는 양 비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거의 다가 반대하는데도 국정교과서를 쓰겠다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저항을 불러온 당사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만든답시고 지난 몇 년 동안 고통과 갈등을 야기하고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이제라도 몽니 부리기를 그만두고 좀비가 된 국정교과서를 깨끗이 포기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그간 쌓은 죄업을 조금이라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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