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이번 선거는 과거 대선과는 여러모로 양상이 다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 기간이 부쩍 짧아지면서 이른바 ‘광속 대선’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만큼 밀도 있고 압축적인 경쟁이 필요하다. 특히 보수 진영이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되면서 야권 후보들이 1, 2위를 다투는 ‘야-야 대결’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좀더 봐야겠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홍준표 심상정 유승민 김종인 등 나머지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으며 대세론을 위협받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보수층이 몰려들어 지지율이 오르며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향한 비난 공세도 거칠어진다. 문 후보 쪽은 안 후보를 “적폐세력 후보, 정권연장 후보”로, 안 후보 쪽은 문 후보를 “자기만 옳다고 하는 계파 패권주의”로 몰아붙이며 ‘낙인찍기’ 경쟁을 벌인다. 상대 당 경선의 동원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소재를 확대재생산한다. 이러다간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고 후보들은 큰 상처를 입는 ‘진흙탕 대선’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두 후보는 한달간의 선거전을 앞두고 ‘조기 대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뤄서 밀어붙인 게 여기까지 왔다. ‘촛불 민심’은 개혁세력이 중심이 되어 정권을 교체하고, 해묵은 악습을 청산하고, 각종 개혁 입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5·9 대선은 결국 촛불에 담긴 민심을 누가 어떻게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를 가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헐뜯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내가 촛불 민심의 체현자임을 증명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달 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정권 이양기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유념해야 한다. 헛된 공약을 제시하고 네거티브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이다.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간 한달 뒤 큰코다칠 수 있다. 민주주의를 되살려 나라를 수렁에서 건진 국민들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대선 이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선 함께하겠다는 최소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선거란 게 결코 평화로울 수 없고, 검증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래도 촛불의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깨끗하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는 자세만은 두 후보가 버리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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