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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안이한 ‘사드 청구서’ 인식

등록 2017-05-01 17:55수정 2017-05-01 19:02

사드 배치에 앞장서온 대선 후보들이 미국의 사드 비용 청구에 너무도 무책임하고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좌파의 선동’으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방위비 분담 협상을 노린 압박용으로 치부했다. 미국의 태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는데도 돈 낼 일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홍 후보는 “돈을 안 내기로 이미 정부 간 합의가 끝났는데 좌파들이 반미 감정을 일으키려고 선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용 압박 자체를 현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아전인수식 태도도 문제지만 여기에까지 색깔론을 들이대는 억설이 할 말을 잊게 한다. 한술 더 떠서 “좌파 정부가 들어오면 한-미 동맹이 깨질 수도 있다고 (미국이) 경고한 것”이라고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는 논평까지 냈다. 다른 후보가 집권하면 10억달러를 내야 하지만 홍 후보가 집권하면 그럴 필요 없다는 황당한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모를 일이다.

유 후보는 “비용을 더 낼 이유가 없다”면서도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협상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책은 없다. 유 후보는 누구보다 사드 배치를 강력히 찬성해왔다. 이 상황에서도 그저 우려를 표시하는 데 그친다면 무책임한 태도다.

사드 배치와 운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원점 재검토를 포함해 국회 비준 여부, 사드 운용 시점 등 우리 쪽에도 얼마든지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다. 더구나 1주일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대선 후보들이 계속 사드 배치를 주장하려면 미국의 비용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지 분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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