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일 마지막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드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사드 기습배치와 미국의 비용 청구를 놓고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뜨거운 쟁점 현안에 입을 싹 다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뿐더러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황 총리는 정치적 책임에 더해, 사드 배치를 성급하게 밀어붙여 ‘10억달러 비용 청구서’가 날아들게 한 실질적 책임자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사드 배치를 황 총리 몰래 추진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황 총리가 승인하지 않았다면 사드의 조기 배치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앞뒤 관계를 살펴보건대, 김 실장은 사드를 기습 배치한 실행자요, 황 총리는 이를 밀어붙인 결재자로 짐작된다.
더구나 기습적 사드 배치의 배경에 한-미 간 비밀협상이 있었고, 황 총리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사드를 나중에 배치할 계획이었는데 한국 정부가 5·9 대선 이전 배치를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비용을 청구했다는 의심이다.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대선 이전 사드 배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국과 미국의 판단을 뒤집은 당사자는 황교안 총리 체제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황 총리는 아무런 말이 없으니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지 묻고 싶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비정상적 사드 배치의 전모를 밝히는 조사는 당연한 일이다. 황 총리가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지금이라도 전후 관계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행정부를 책임진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대선 때까지 그저 1주일만 버티고 어물쩍 넘어갈 요량이라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이슈사드 배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