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는 전쟁 뒤 사회가 안정된 속에서 태어난 이들로 인구수가 많다. 전쟁으로 헤어진 부부들이 다시 만나거나 미뤘던 결혼을 한꺼번에 하면서 출산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그 연령대가 다른데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1965년 출생한 세대를 말하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을 에코붐 세대라고 한다. 베이비붐 이후 감소한 출산율이 20~30년 뒤 베이비부머들이 결혼을 하면서 다시 증가하는 게 마치 메아리(에코)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80~1995년 태어난 세대로, 지금 20대 초반~30대 중반이다.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열성 덕분에 에코부머들은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사회에 진출하면서 ‘취업의 벽’에 부닥쳤다.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당시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가 점차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년 새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에코붐 세대가 취업을 희망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인 이유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컨설팅이 올해 2월 발표한 ‘2017 밀레니얼 서베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젊은이들의 ‘경제적 기대지수’가 -16으로 나왔다. 이 지수가 0이면 부모 세대와 경제적 형편이 같을 것이라는 전망이고, 플러스면 더 잘살 것이라는 낙관을, 마이너스면 더 못살 것이라는 비관을 뜻한다. -16은 비관적 응답이 낙관보다 16%포인트 많다는 얘기다. 조사 대상 30개국의 평균 26에 한참 못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 세대의 주취업 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 실업이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되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붐 세대가 부모보다 가난한 첫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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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면서 본회의장 스크린에 띄운 청년 실업 사례 슬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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