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겠다고 3일 선언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에, 더구나 ‘제보 조작’이란 부끄러운 사건이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겠다는 게 타당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며 ‘당의 생존’을 위해 출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국민의당이 곤궁한 처지에 빠진 결정적 이유는 ‘제보조작 사건’이다.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안 전 대표 스스로 7월12일 기자회견에서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고 했다. 대표 출마 선언으로 이런 다짐은 실없는 빈말이 돼버렸다. 국민과 했던 약속을 20여일 만에 뒤집어버렸으니, 언행의 불일치와 논리의 자가당착이 이만저만 아니다. ‘새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동이요, ‘책임지는 정치인’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고 했지만 출마를 정당화하려는 강변으로만 들린다. 얼마 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하더니, 그사이에 무슨 사정이 달라졌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선에서 패배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상당 기간 성찰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다.
민주주의와 선거의 기반을 뒤흔드는 ‘제보조작 사건’은 ‘안철수 정계은퇴론’까지 제기됐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행태를 어떻게 단절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당의 미래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며 대표를 맡겠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다. 무슨 논리로 출마 명분을 설명한다 해도, 결국 개인의 정치적 야심 탓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안 전 대표는 “같이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등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마무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정치인의 나섬과 물러섬에는 언제나 국민이 동의할 만한 명분이 뒤따라야 한다. 실리만 추구하는 정치 지도자가 일시적으로 일부의 지지는 얻을지 몰라도 결코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는 점을 안 전 대표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