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충격 속에 진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통해 당시 응급실 환복·탕비실 천장 전선에서 처음 발화했고, 화상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많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전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대목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최근 몇년 사이 발생한 대형 참사의 종합판이라 할 정도로 구조적인 원인을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제천 화재 당시 지적된 필로티 구조물에다 1층 천장에서 발화했으나 소방점검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도 공통적이다. 2015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처럼 불에 잘 타는 외장재를 사용했고,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손을 묶어놓았던 점이나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도 똑같다. 스프링클러나 제연·배연 설비가 없어 피해를 키운 것은 제도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했듯이 건물 면적이 아니라 이용자 상황·실태를 기준으로 안전기준을 두었다면 이번 참사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온 당국의 뒷북행정, 탁상행정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선제적·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웠더라면 비슷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책을 세울 때마다 ‘안전’ 문제를 ‘비용’ 우선으로만 판단해온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안전불감증이 항상 발목을 잡아온 사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제천 화재 이후 소방당국이 일제히 점검을 했는데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예방 소홀 등 잘못은 없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원 쪽은 최근까지 모두 12건이나 무단증축을 했음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텨온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그만큼 제재가 가벼웠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바람에 6명이나 숨졌다면 비상용발전기에 문제는 없었는지, 방화문을 열어놓은 건 아닌지 등 병원 쪽 잘못도 잘 따져봐야 하겠다.
이낙연 총리가 “안전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곳에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쳐온 잘못을 더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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