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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강원랜드 사건 덮은 ‘윗선’ 수사, 검찰 시험대 섰다

등록 2018-03-01 08:00수정 2018-03-01 09:17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 내 성폭력 사건과 기밀 유출 수사에 이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부실수사 과정에 검찰 고위층이 개입한 정황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으나 본격 수사 움직임은 아직 없다. 과연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한 고검장이 수사기밀을 유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수사팀이 확보했으나 윗선이 개입해 덮었다고 한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브로커 최아무개씨와 통화한 대포폰의 녹취파일에는 ‘한 고검장(당시 대검 간부)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보좌관 후원금 쪼개기 사건 처리 결과를 알려와 이를 남 지사에게 알려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금은 퇴임한 이 고검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간 브로커 최씨와 14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수사를 맡은 안미현 검사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최씨를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대검은 수사 본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막았다. 안 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윗선으로부터 ‘이건 검찰 고위간부의 공무상비밀누설인데 이 내용이 나가면 골치 아파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통화내역이 법원에 증거기록으로 제출됐는데도 검찰은 이 내용을 덮었고, 공판 과정에서도 이 고검장뿐 아니라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온 증거기록을 삭제하라는 압력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면담한 다음날 최흥집 전 사장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안 검사의 주장에 따르면 김 총장의 역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강원랜드 사건을 사실상 재수사 중인 고위관계자는 김 전 총장에 대해 “현재로서 구체적인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최순실 게이트 폭로 뒤에도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특수부 대신 형사부로 보내는 등 직무유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성폭력 사건 수사를 제외하면, 수사기밀 유출 등 검찰 내부 비리는 대부분 언론 보도 등 외부에서 먼저 제기했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다른 수사를 잘해도 자기 비리를 도려내는 자정기능이 없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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