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110억원대 뇌물 등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밝힌 대로 범죄 사실이 심각한데다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불가피했을 것이다. 범죄에 연루된 종범 격인 참모들이 이미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감중인 상황이어서 형평성도 감안했다고 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통령이 두명이나 수의 입은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들도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나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설 수는 없는 일이다. 범죄 혐의와 그동안 보여온 태도를 고려하면 사필귀정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엠비에게 적용된 혐의는 과연 대통령 지위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대통령 자리를 이권 챙기는 용도로 이용했다고 할 만큼 파렴치한 혐의가 수두룩하다. 불교대학 설립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한 주지 스님한테서 김백준 기획관을 통해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성동조선 쪽이 편의를 바라고 건넨 20억원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이상득 전 의원 등 측근들이 거절하자, 소개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기 돈으로 대신 줬다는 논란도 듣는 이의 혀를 차게 만든다. 엠비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지만 공사 수주나 인사청탁·공천 등을 둘러싼 돈거래는 모두 뇌물 혐의가 짙다.
이날 청구된 영장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다스 실소유주로서의 횡령 등 혐의도 포함됐다. 그가 다스 실소유주라는 사실은 재산관리인들이나 다스 임원 및 친인척들의 진술은 물론 계좌 내역이나 장부 등 숱한 증거를 통해 드러나는데도 여전히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하다. 자기 소유가 아니면 어째서 아들이 큰아버지 명의 배당금을 맘대로 가져다 쓰고 다스 협력사 설립 등을 통해 사실상 우회 상속까지 시도했는지, 부인은 왜 10년 가까이 다스 법인카드를 사용했는지 등 여러 의문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기 어렵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두명이나 동시에 구속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또는 나라의 ‘품격’을 거론하며 불구속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방어권을 최대한 활용해 처벌을 피해보겠다며 혐의를 부하들에게 돌리는 피의자에게 ‘법대로’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선처한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형사법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20년 이상 국민을 속여온 데 대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보복’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공세로 나오는데도 선처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6~1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9살 이상 1041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75.1%가 구속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법도 여론도 구속하라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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