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이 전 대통령은 26일 페이스북에 천안함 8주기 추모글을 다른 사람을 통해 올렸다. 옥중 정치투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재판까지 거부하며 ‘애국운동’에 관심을 표명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국민에게 사죄하며 용서를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정치보복’ 프레임에 매달리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구속 이후 기소까지 20일간 수사할 수 있는 검찰로서는 피의자가 조사를 거부한다고 손 놓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당장 뇌물수수 과정에 동원된 가족들 보완수사가 불가피하다.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사찰·공작 문건은 단순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뿐 아니라 또다른 국정농단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국정원에서 확인된 언론·문화·예술계 탄압 등 정치공작 문건은 물론, 국정원·사이버사령부 댓글 등 선거·정치 개입 의혹도 그 전모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게 ‘다스 문제를 고백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방안’을 얘기했다가 “시기가 너무 늦었다. 이대로 그냥 아니라고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완벽한 물증 앞에서 재산관리인을 비롯해 측근과 가족들까지 ‘엠비(MB)가 주범’이라고 털어놓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법리 공방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정치투쟁’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20년 이상 온 국민을 속여놓고도 여전히 국민을 우롱하는 꼴이다.
지난 여러달 혐의가 속속 드러나는 와중에도 돈과 권력을 모두 지키겠다고 바둥거리는 듯한 모습은 한때나마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조차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검찰은 다스 등 개인비리와 국정농단 혐의를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파헤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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