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주변에서 경찰이 사드 공사 강행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의 공사 장비 반입을 강행했다. 국방부는 23일 기지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인 진밭교에서 농성중인 주민 200여명을 강제로 끌어내고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 등 차량 22대를 진입시켰다. 주민들은 그물망을 몸에 감은 채 인간사슬을 만들고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 3000여명이 동원돼, 오전 8시1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해산 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부상당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방부는 주민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주민들이 장병들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차량 통행을 허가하겠다고 했다가 중간에 말을 바꿨다”면서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정말 다른 선택이 없었는지 의문이다. 국방부는 주민들이 말을 바꿨다지만,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시급하다고 말한 400여 장병의 숙소 누수와 화장실 문제 해결을 위한 오·폐수 공사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미군이 원하는 전용숙소와 식당 건립 등 모든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력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세 변화 등을 예상하고 국방부가 서둘러 공사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주민들은 정부가 사드를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온 만큼 북한이 핵과 미사일 폐기에 동의할 경우 사드 배치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를 우려해 국방부가 무리하게 ‘알박기 공사’를 했다고 의심한다.
장비 진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방부와 주민 간 충돌을 피할 수는 없다. 주민이 다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국방부는 공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미군도 사드 기지 내 공사의 감시를 허용하는 등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