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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상 최악의 폭염, ‘재난 수준의 대책’ 안 보인다

등록 2018-07-31 18:30수정 2018-07-31 22:16

지난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 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 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지난 30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가 28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온열질환자도 22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6명과 견줘 2배가 넘는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주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폭염이 앞으로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1일과 2일엔 서울 등 수도권 낮 기온이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현대적 방법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과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비상대책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장기화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31일 “폭염이 오래가면 에어컨을 오래 켜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전기요금 걱정도 커진다”며 전기요금에 대한 제한적인 특별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에너지 수요 관리 때문에 전반적인 전기요금 인하가 어렵다면 일단 저소득층에 한해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는 일본은 올해부터 생활보호 대상 가구에 에어컨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냉방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여기에 더해 냉방비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불볕더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30일 오후에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탈진 증세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개정해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45분 일하면 15분 휴식시간을 주고 그늘막 등 휴식공간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이를 어기면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전국건설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자의 86%가 폭염경보 속에서도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한 노동자들도 74%가 아무 데서나 쉰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특별점검에 나섰으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폭염을 공기 연장 사유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 탓에 폭염이 이제 일상화하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29년에 폭염 사망자가 99.9명, 2050년엔 261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폭염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폭염 피해에 대한 체계적인 보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폭염을 자연재난에 추가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2016년부터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그동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내년에도 똑같은 얘기가 되풀이되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

▶ 관련 기사 : 2018년 ‘폭염겟돈’ 역대 기록 갈아치운다

▶ 관련 기사 : 밭일하다, 차에 갇혀, 홀로 집에서…폭염에 사람들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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