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년 전국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학부모대표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집단행동’은 자제하겠다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결국 대규모 집회를 열고 폐원 카드를 꺼냈다. 이른바 ‘박용진 3법’에 대응해 자체 법안을 내놓겠다던 자유한국당의 시간 끌기와 애매모호한 태도가 이들의 강경대응을 거드는 모양새다. 정부도 국민도 ‘파국’을 원하진 않는다. 헌신적인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많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용진 악법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립유치원 모두는 폐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바꿔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등을 핵심으로 하는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은 지난달 유치원 감사 실태가 실명 공개된 뒤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대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동안 개별 유치원이 폐원 방침을 학부모들에게 통보하며 애태우더니, 이제 연합회가 공식적으로 ‘법 개정 반대’라는 속내를 노골화한 것이다.
당장 쟁점은 회계투명성이다. 자유한국당은 한유총 의견을 반영해 누리예산 지원 부분은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쓰되, 학부모가 내는 돈은 일반회계시스템을 쓰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30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비를 명품백 구입 등 사적 용도로 쓰는 경우는 극소수 사례라면서, 도대체 ‘교육 목적’ 이외에 어떤 식으로 예산을 쓰기에 이런 분리가 필요한지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작은 실수만으로 범법자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법안을 오도해 유치원 원장들의 ‘공포’를 부추기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에듀파인 도입과정에선 유치원 실정이 고려될 것이고, 교육 등 지원사업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3법은 ‘개인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란 주장도, 소유권이 설립자에게 있고 폐원 때는 모든 재산이 설립자에게 귀속되기에 과도한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체법안 제출을 또다시 미뤘는데, ‘유치원 공공성 강화’라는 압도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국민 아닌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정당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한유총은 이날 시위에 학부모 동원을 유도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국민 시선이 싸늘한 것은 정부가 ‘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집단이익 관철을 위해 학부모를 ‘볼모’ 삼는 이런 식의 행태 때문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