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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클럽·연예인 사건이 드러낸 ‘성폭력 문화’의 민낯

등록 2019-03-13 18:41수정 2019-03-13 18:50

동영상과 피해자 찾는 ‘2차 가해’ 여전
경찰 유착 의혹 등 철저하게 수사해야
성범죄가 ‘유희’ 되는 현실 되돌아볼 때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입구.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입구. 연합뉴스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줄줄이 불거져나온 의혹은 이제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화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불법촬영물을 ‘자랑거리’나 ‘재미’ 정도로 공유해온 남성 유명 연예인의 카톡 대화 내용도 폭로됐다. 이번 사건을 ‘연예계 스캔들’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훨씬 크고 무겁다. 불법촬영물 등 성범죄 카르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른 대응과 유착,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인식과 처벌, 나아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뿌리 깊은 문화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질타 속에 ‘은퇴’를 선언한 가수 승리와 정준영은 14일 나란히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버닝썬 대표이사였던 승리의 카톡 대화는 ‘화려한 유흥산업’ 뒤에 숨겨진 성폭력의 실체를 드러냈다. 클럽이 고액 남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이른바 ‘물뽕’을 이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과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고, 마약을 유통한 정황도 잇따라 제기됐다. 말들은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까지 상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상 불법적 성산업의 ‘온상’이 되다시피 한 일부 유흥업소가 별 단속과 규제 없이 승승장구해온 배경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버닝썬에서 1년간 경찰에 접수된 신고가 122건에 이르렀지만 현행범 체포 사례는 8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13일엔 승리와 정준영 등의 카톡방에 “‘경찰총장’이 우리를 봐주고 있다”는 표현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파만파다.

정준영의 경우, 불법촬영물 공유를 ‘유희’ 정도로 인식하는 비뚤어진 문화의 일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그는 3년 전 여자친구가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고 넉달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범죄적 행태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수사가 부실수사 아니었냐는 의문도 제기될 법하다. 이번 수사에서 두 연예인의 의혹뿐 아니라, 경찰과의 유착 의혹까지 철저히 파헤치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수사당국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엄한 수사와 처벌만큼이나 이번 사건을 놓고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지점은 적잖다. 정준영 관련 보도 이후, 포털엔 동영상이 실검에 오르고 10여명에 이른다는 피해자에 대한 추측 및 보도가 나돌았다. 지난해 그토록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와 “찍지 마!”를 외치고 불법촬영물의 피해를 호소했는데도, 여전한 2차 가해의 현실 앞에 아득한 절망감이 느껴진다.

이번 사건은 ‘몇몇 파렴치한 스타의 범죄’나 ‘연예계 특수성’에만 지나치게 초점 맞춰 바라볼 일이 아니다. 몇년 전부터 거세게 제기되어온 불법촬영물, 웹하드 카르텔, 그리고 단톡방 성희롱 문화 등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문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문화가 이런 ‘범죄’의 배경까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남녀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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