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과 마약, 경찰 유착 의혹 등으로 지난달 17일 폐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주변에 어둠이 깔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버닝썬 사건’의 경찰 유착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윤아무개 총경을 비롯해 현직 경찰관 4명이 입건됐고, 강남서 경정 1명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수사에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선 핵심은 가수 승리 등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린 인물로 지목되어온 윤 총경에 대한 수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윤 총경에 대해 계좌거래와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 신청, 출국 금지조처 등을 포함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그는 강남서를 떠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할 때도 유리홀딩스의 유아무개 대표·승리와 골프를 치는 등 지속적 관계를 맺어왔고, 이들이 운영한 ‘몽키뮤지엄’에 대한 신고 건도 알아봐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에게 고가의 케이팝콘서트 티켓을 건넸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지만, 사건에 영향을 끼쳤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이미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신고 건과 관련해 강남서 전직 경찰 1명이 구속된 상태다. 사건 초기 유착 의혹을 부인하기 급급했던 경찰청으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국민 편에 서야 할 경찰관들의 이런 행태는 조직 전체에 대한 심각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몇년 전 미국 갤럽 조사에서 한국의 경찰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꼴찌에서 두번째를 기록했던 터다. 이런 와중에 19일엔 한 현직 경감이 ‘바지사장’을 앉혀놓고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아닌 정권의 편에 섰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던 경찰의 약속이 무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착 의혹을 언급한 데 이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만약 여기서 또다른 은폐나 축소가 적발되면 전체 명운을 걸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지어 바라보지만, 지금은 조직의 유불리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특히 윤 총경의 청와대 근무경력 등을 들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까지 나오는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수사는 한점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 경찰을 믿지 못하는 사회는 안전할 수도, 정의로울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