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논란을 빚은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8일 또다시 “주체사상에 물든 문 대통령 하야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치에 종교를 끌어들이는 부적절한 발언일 뿐 아니라, 특히 보수 기독교계를 이끄는 단체 중 하나인 한기총 회장의 발언으로선 용납하기 어려운 ‘막말’ 수준이다. 교계 스스로 목회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전 목사의 행동을 제어하길 바란다.
전 목사는 한기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은 전 국가와 국민에게 북한 공산주의 이념인 주체사상을 강요하고 있다”며 청와대 앞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열 테니 교인들에게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지금 저는 히틀러의 폭거에 저항하며 평화를 지키려 노력했던 본회퍼와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독일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탈출을 도우며 히틀러 반대운동을 벌이다 순교한 행동주의 신학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반파시즘 레지스탕스 운동을 모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는 지난해엔 어느 목회자 집회에서 “마음만 연합하면 문재인 저 ×는 바로 끌고 나올 수 있다. 청와대 진격할 때 60살 이상의 사모님(목사 부인)들을 앞세우겠다. 밀고 들어가서 천성(사후세계)을 향해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내란을 선동했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전 목사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지녔든 그건 개인 자유의 영역이다. 그는 3월 한기총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번째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독교단체 대표로선 적절하지 않은 발언임에도 많은 이들이 문제삼지 않은 건, 전 목사의 극우적 정치 성향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대통령 퇴진과 청와대 진격을 주장하는 발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민주적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교인들에게 단식기도회에 동참하라고 말하는 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또한 엄연히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우리나라에선 기독교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동이다. 한기총이 보수 기독교계의 대표 단체를 자부한다면, 전 목사의 ‘막말’에 분명한 대응을 해야 한다.
20일 방영된 문화방송 스트레이트 ‘예수님은 기호 2번?…선거법 비웃는 정치 교회’편에 나온 전광훈 목사. 문화방송 갈무리.
20일 방영된 문화방송 스트레이트 ‘예수님은 기호 2번?…선거법 비웃는 정치 교회’편에 나온 전광훈 목사. 문화방송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