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3당의 협상이 16일에도 타결되지 못했다. 협상의 최대 고비로 여겨진 주말 협상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회 파행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산적한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 더는 국회를 비워둘 수 없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번 주초 ‘단독 국회’를 예고한 만큼 이제는 서둘러 국회를 열어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
한달 가까이 끌어온 여야 협상이 이번에도 타결되지 못한 데는 자유한국당이 막판에 ‘경제 실정 청문회’를 협상 타결 조건으로 내세운 때문으로 보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내어 “추경 심사에 앞서 경제 청문회를 통해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짚어야 한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와 정부 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 경제 청문회, 후 추경’의 강경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협상의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민생 현안인 추경과, 정치 공세 성격이 강한 경제 청문회를 연계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개최 요구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구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굳이 경제 위기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면 관련 상임위에서 추경 심사와 별개로 논의하면 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어려운 민생 현안을 국회가 일정 부분 다룰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제 청문회를 꼭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태도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청문회를 협상 조건으로 삼아 호소문까지 발표한 건 너무 나간 것이다.
정국을 이 지경으로까지 끌고 온 여권 지도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청와대의 정무라인 등이 그동안 효율적으로 정국에 대처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치권의 무능과 이전투구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언제까지 정치권은 이렇게 싸움질만 하면서 민생을 외면할 것인가. 자유한국당의 ‘투톱’ 격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민생을 볼모로 대여 강경 투쟁에만 몰두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정쟁과 억지 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자세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