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김난선 조직부장이 17일 낮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서 정규직화와 정규직 대비 80%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명의 집단 삭발식을 마친 뒤 머리띠를 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급식과 방과후 돌봄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음달 3일부터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집배 노동자들도 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두 부문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전국의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우편과 연계해 복지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그러나 두 부문의 심각한 노동 실태를 외면한 채 파업 자제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구체적인 업무는 다르지만, 두 부문 노동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학교 급식과 돌봄, 우편 서비스는 공공성이 가장 강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일상과도 깊이 밀착해 있다. 이들의 노동조건이 수혜자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부문의 노동조건은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 정규직 평균의 64%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정규직 임금의 80%인 ‘공정임금제’를 2021년까지 실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질환이나 화상 등 산업재해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은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농업과 조선업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집배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서만 9명이 과로사로 보이는 죽음을 맞았다. 2008~2017년 10년간 숨진 166명도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14만명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의 사용자인 17개 시·도교육청은 임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음 학기에 시작되는 고교 무상교육으로 이미 재정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집배 노동자의 사용자인 우정사업본부는 2천명 증원과 토요일 근무 폐지에 관한 노사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역시 예산이 문제다.
학교 비정규직과 집배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은 시·도교육청과 우정사업본부의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최저임금이나 탄력근로제 등 사회적 대화로 풀어가야 할 과제뿐 아니라 당장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고 본다. 더구나 정부는 이들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