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서울고법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건 관계자를 회유해 진술 번복을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그의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낸 것이 이 전 대통령 쪽 김아무개 비서관의 부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김 전 실장의 진술서를 받은 날짜(3월20일)와 김 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날짜(5월15일)를 볼 때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석연찮은 정황은 뚜렷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5월15일부터 6월5일까지 김 비서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을 다섯차례 접견했다고 한다. 현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 비서관은 과거 청와대 시절 김희중 실장의 직속 하급자였다. 김 전 실장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는데, 최근 이를 번복해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재판부에 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김 비서관 등을 만나 청계재단 운영 등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 처지에서 한가하게 청계재단 회의만 했을까 싶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는 건 전직 대통령 품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으나 평소 그의 언행에 비춰 쉽사리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석 허가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지 재판부가 엄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역시 과연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검찰이 추가기소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 1심 구속 만기인 다음달 10일이면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양 대법원장 쪽은 증거능력을 시비해 1천여 문건의 출력본과 원본을 일일이 확인시키는 등 ‘굼벵이 공판’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검찰 쪽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211명에 이른다. 증인 채택된 판사들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불출석 통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일반인 재판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한 전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두 사건 재판부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국정농단·사법농단 피고인들이 재판까지 농단한다’는 말이 안 나오게 공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