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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이란, 무력 충돌 ‘악순환’은 안 된다

등록 2020-01-05 20:37수정 2020-01-08 11:09

미국의 반전 시위 참가자가 4일 시애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란과의 전쟁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00104 시애틀/AFP 연합뉴스
미국의 반전 시위 참가자가 4일 시애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란과의 전쟁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00104 시애틀/AFP 연합뉴스

미군이 3일 이란의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공습해 살해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정면충돌 우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란에선 보복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이에 맞서 미국은 병력 증파에 나섰다. 돌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중동의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선 추가적인 긴장을 고조시킬 행동의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나라는 이들의 권고에 귀 기울여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란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는 5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무차별 보복 공격을 예고했고, 테헤란 등 이란 곳곳에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는 “가혹한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도 신속대응 병력 3500명의 추가 파병을 서두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하면 이란의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불을 놓고 있어, 양국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국이 충돌하면 그 여파는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 미국도 예고한 대로 곧바로 반격에 나설 것이다.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보복을 주고받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벌어지면 지역 정세의 불안이 가중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또 유가 급등과 수급 불안정 등으로 국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폭사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전날보다 3.1% 올라 8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엔 전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에 대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인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3국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주권국가의 고위 인사를 무단 살해한 것을 이렇게 자위권으로 포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이번 공습이 국제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란도 섣부른 보복 공격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기보다 좀더 냉정하고 신중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칫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사이에 끼어 뜻하지 않은 희생만 강요당할 수 있다. 이라크에 상주하는 한국인 1600여명의 철수를 포함한 안전 대책도 시급해졌다. 또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값 급등, 원유 수급 차질 등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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