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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정부, 강제동원 ‘해결 3원칙’에 귀 기울여야

등록 2020-01-06 18:46수정 2020-01-07 02:39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와 변호인이 일본 도쿄에서 6일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국 정계·경제계 관계자와 피해자 대리인 등이 참여하는 한-일 공동 협의체 창설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와 변호인이 일본 도쿄에서 6일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국 정계·경제계 관계자와 피해자 대리인 등이 참여하는 한-일 공동 협의체 창설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참여해온 한·일 변호사와 시민단체들이 6일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의 사실 인정과 사죄 △배상 △사실과 교훈의 후세 계승 등 3가지 원칙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일 양쪽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변해온 이들이 문제 해결의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이 문제가 한-일 외교의 핵심 현안으로 부각된 이후, 해결 방안을 두고 몇달 동안 협의를 거듭한 끝에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 특히 일본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 청구권에 대해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다 해결된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일본의 각급 법원은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한 것은 외교적 보호권일 뿐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베 신조 정부는 더는 55년 전 협정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일본 사법부와 양심적인 시민사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옳다. 당장 직접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면, 우선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등에 내린 ‘피해자의 권리구제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철회해, 당사자 간 자율적 화해 모색의 길부터 열어야 한다.

강제동원 문제의 본질은, 두 나라 변호사·시민단체들이 밝혔듯이 ‘피해자의 인권’ 문제이다. 국가 간 어떤 합의도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피해자의 의견 수렴 없이 덜컥 정부 간 합의를 했다가 큰 후유증을 겪고, 한국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과거사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확립한 바 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일 정부는 이번에 제시된 ‘3원칙’을 문제 해결의 바탕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구체적 해결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정치·경제계와 학계, 변호사, 시민단체 인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창설’ 제안도 나왔다. 강제동원 문제가 한-일 정부 간 입장 차이로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 인사들의 광범한 합의에 기초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검토해볼 만하다. 한·일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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