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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정경제 3법’ 시행령, 가시적 성과를 기대한다

등록 2020-01-21 19:28수정 2020-01-22 09:54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20일 상법,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박현 기자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20일 상법,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박현 기자

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 일환으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당장 3월 주총부터 주주·기관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확대되어 재벌 총수 전횡이 방지되고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개혁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상법의 경우 상장사의 계열사를 떠난 지 3년(기존 2년)이 지나지 않으면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또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일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10년 이상씩 장기 재직하며 유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다.

자본시장법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공적 연기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주주활동’의 범주에서 제외해, 이른바 ‘5% 룰’ 적용을 완화했다. 5% 룰은 상장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일 이내 보고·공시해야 하는 까다로운 제도다.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하고, 국민연금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한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도 전경련·경총 등 경제단체와 보수언론이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맹렬히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보수언론은 “도 넘은 국가 개입” “외국에 유례가 없다”고 주장하기 앞서, “한국처럼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선진국이 있느냐”는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 공정거래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산 5조원 이상 56개 재벌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사회 안건의 원안 통과율이 무려 99.65%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보수언론이 3월 주총에서 새로 뽑아야 할 사외이사가 최소 556개사, 718명에 이른다는 상장사협의회의 분석을 인용해 “주총 대란”의 으름장을 놓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다. 설령 분석이 맞는다 해도, 사외이사 선임 부담은 회사당 1.3명에 그친다. 법무부의 명한석 과장은 “여러 분석을 종합할 때, 기업 부담이 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낙하산 인사용”이라는 궤변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정부 산하 국책은행의 인사조차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확실한 변화’를 강조했다. 제도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취지에 맞게 잘 운용하는 것이다. 당장 3월 주총부터 구체적인 성과가 나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총수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삼성과 효성, 총수 일가 경영권 다툼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된 한진에 대해 이사 재선임 반대, 이사 해임 청구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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