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2017년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 수사가 청탁에 의한 것이고, 청와대가 이를 위해 경찰에 첩보를 넘기는 등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공약까지 조율해주고 후보자를 매수하는 등 그간 언론에 거론된 혐의 내용이 대부분 기소 사실에 포함됐다.
기소 내용대로라면 청와대 인사들이 직접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니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을 심리한 판사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힌데다 기소 과정에서의 논란 등을 고려하면 기소 내용을 곧바로 사실로 예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송 시장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에 있던 백원우·박형철 비서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등 6명에게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 등 송 시장의 선거공약 조율에 관여한 송병기 전 부시장 등 3명과,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제시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선거법 위반죄를 물었다.
‘조국 수사’와 관련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에 이어 이번 기소 과정에서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사이 이견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자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서둘러 기소가 이뤄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검찰 인사 이후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새 지휘부 사이에 잇따라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청와대·법무부와 윤석열 사단 사이 갈등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정치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6개월 전 ‘조국 수사’ 이래 ‘하명 의혹 수사’까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현 정권과 ‘윤석열 검찰’ 사이 쌓여온 불신이 심각한 단계로 치닫는 모양새였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가 기소와 법무부가 시사한 감찰 착수 여부 등 뇌관도 여럿이다. 검찰이 임 전 비서실장 등 다른 이들의 기소 여부는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함으로써 일단 격돌 위기를 벗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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