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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계 영화 역사 새로 쓴 봉준호의 ‘오스카’ 석권

등록 2020-02-10 19:43수정 2020-02-11 09:24

한국 영화 쾌거 넘어 문화적 대사건
백인 영화 중심 할리우드 풍토 바꿔
‘기생충’ 수상, 한국문화 보편성 입증
현지시각으로 9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9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언어의 장벽을 뚫고 할리우드를 뒤흔들었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각)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라 할 할리우드에 입성해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것은 한국 영화의 쾌거를 넘어 세계 영화사의 일대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로써 봉 감독은 할리우드 주류 감독으로 우뚝 섰으며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수상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봉 감독은 지난달 초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아카데미가 외국어라는 언어의 한계를 딛고 <기생충>에 상을 몰아준 것은 미국 영화에 갇힌 할리우드의 풍토를 바꾼 일로 기록될 만하다.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도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과 함께 털어냈다. 외신이 봉 감독의 아카데미 등극을 ‘세계의 승리’라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카데미가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오스카 수상은 황금종려상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의미 깊은 일이다. 더구나 <기생충>이 아카데미가 선호해온 할리우드 주류 영화와 달리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이라는 사회 비판적 이슈를 제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봉 감독의 수상은 특별하다. 한국 문화의 독특한 코드로 할리우드를 매료시켰다는 점도 이번 수상의 의미를 높인다.

봉 감독은 첫 작품 <플란다스의 개>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영화 연출 능력과 배우를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었다.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영화의 거목으로 성장했고, <설국열차> <옥자>에서는 세계 영화자본과 할리우드 배우들을 끌어들여 국제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기생충>은 봉 감독의 20년 영화 이력이 꽃핀 작품이며, 오스카 수상은 영화의 본산지인 할리우드가 봉 감독을 탄생시킨 한국 영화의 힘에 경의를 표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화는 2000년 이후 대중음악과 드라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인의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흐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 영화가 있다.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 영화감독의 작품이 이미 세계 영화의 자산이 됐으며 영화인들의 교과서로 통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석권에 이어 <기생충>이 영화의 본류인 할리우드를 점령함으로써, 한국 문화는 명실상부하게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봉 감독의 수상을 국민과 함께 기뻐하며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낸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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