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동 불능설’, ‘사망설’을 각각 주장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왼쪽)와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자. 김 위원장이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들은 사과 대신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가 ‘사망설’까지 제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고 공장도 둘러봤다.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무시한 ‘김정은 이상설’은 거짓 선동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도 가짜뉴스를 유포한 당사자들이 “김정은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냐”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이어가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안위에 관한 정보는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민감한 정보다. 그런 만큼 정확한 정보와 엄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참배에 빠지자 북한 전문매체, 보수 유튜버, 국내외 언론은 이른바 ‘소식통’을 인용해 무책임한 주장을 퍼날랐다.
근거도 없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 엔케이>가 지난달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4월12일 평안북도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특각에서 치료 중”이라며 불을 댕겼다. <시엔엔>(CNN), <엔비시>(NBC) 등 외국 매체들까지 ‘김정은 위중설’에 가세했다.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소집해 “특이 동향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일부 보수 언론은 ‘북한 급변 사태 대비책’을 주문하며 되레 정부를 비난했다. 무분별한 보도로 혼돈을 초래하고 망신을 자초한 국내외 언론들은 자성해야 한다.
4·15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탈북민 출신 태영호·지성호 당선자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이들은 의혹을 부풀리는 데 앞장섰다. 태 당선자는 <시엔엔> 인터뷰 등에서 “김 위원장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라고 주장했고, 지 당선자는 “김정은 사망 99%”라고 공언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이 난 뒤에도 이들은 “김정은 건강 문제를 속단하지 말라”며 여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다.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북한 전문가 행세를 해선 안 된다. 되레 북한 정보 검증에 더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의원으로 책무를 다하려면 자신의 희망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짓 정보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미래통합당이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유체이탈’식 논평을 낸 것도 유감스럽다. 두 당선자에게 ‘말의 무게’를 먼저 깨우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