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잡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경북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 기준치의 33만배가 넘는 카드뮴이 지하수에서 검출됐다고 9일 환경부가 밝혔다. 기준치의 33만배라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수치다. 환경 관련 법규를 아예 무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드뮴은 일본의 4대 공해병 가운데 하나인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된 독성 물질이다. 이런 기업이 조업을 계속하는 건 재앙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에 걸쳐 공장 부지 안팎의 지하수 수질을 조사했는데, 조사 지점 108곳 전부에서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한다. 심지어 강변에서도 1만5870배나 초과했다고 하니, 카드뮴이 강으로도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영남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의 최상류 강가에 들어선 대형 공장의 실태라니,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석포제련소는 국내 2위, 세계 4위의 아연 생산 업체이며, 영풍문고로 유명한 재계 26위 영풍그룹에 속해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해 숱한 물의를 일으켜왔다. 지난해에도 1급 발암물질인 비소를 기준치의 19배 넘게 배출하고도 측정값을 1천분의 1 이하로 축소한 사실이 적발됐다. 기준치를 63배 초과한 납과 12배 초과한 카드뮴의 측정치도 그 못지않게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포제련소가 이처럼 반복해서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데는 경북도의 책임이 크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석포제련소에 1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경북도에 지시했다. 그런데도 경북도는 그동안 계속 이를 따르지 않다가 최근에는 조업정지 처분 이행명령 취소 소송을 냈고,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도 조정 신청을 했다.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서라는데, 1100만 영남권 주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경북도는 조업정지 처분을 이행하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