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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제사회에 한 약속 뒤집은 일본의 ‘군함도 역사 왜곡’

등록 2020-06-15 18:24수정 2020-06-16 10:12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를 본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를 본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 정부가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을 했던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되레 강제동원 역사를 왜곡하는 전시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 한 약속마저 뒤집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시마를 비롯해 일본이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문화유산에 등재한 시설들은 메이지 시대(1868~1912년)에 건설된 탄광·제철소 등으로, 조선인들이 가혹한 노역을 강요당한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등재 과정에서 이런 역사가 지적되자 일본 정부는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이 15일 공개한 메이지 산업유산 정보센터는 일본의 근대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내용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조선인들이 하시마에서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다’ 식의 증언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일제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을 ‘자학사관’이라고 부정하는 일본 우익들의 뒤틀린 역사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성명을 내어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엄중히 촉구했다.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주요한 원인이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수출규제로 보복하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왔다.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와 침략을 통해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가한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하고, 우선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나아가 수십년 동안 법정에서 정의의 실현을 바라며 애타게 싸워온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과의 외교 협상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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