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선출 등 6개 상임위 구성 방침에 반대하는 연설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통합당은 이후 국회를 보이콧하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이유로 미래통합당이 등원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9일 여야에 원 구성 합의를 촉구하며 예정했던 본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협상의 시간을 준 현명한 결정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치킨 게임’ 식의 대치를 멈추고, 신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발씩 물러서길 바란다.
민주당은 “국가 비상 상황에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통합당의 국회 복귀를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위기로 치닫는 남북관계, 코로나19 재확산 조짐, 민생·경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압박만이 해법일 수는 없다. 오히려 제1 야당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관계 해법 마련과 새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6·17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등을 위해 어느 때보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최소한 민주당은 스스로 공약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법사위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과 입법 일정을 분명히 제시해, 법사위 장악에 대한 통합당의 의구심을 해소하길 바란다.
통합당은 더는 국회를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당면한 남북, 외교관계를 포함,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을 비상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국회를 방치한 채 외교·안보 문제를 논의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당장 정보위와 외교통일위 등 관련 상임위라도 정상 가동해야 마땅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를 예고하며 원 구성 문제와 관련해 “종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 어렵게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주 원내대표의 무력감을 이해한다 해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놓지 않으면 복귀할 수 없다는 현실성 없는 요구를 고수하며 국회를 공전하게 하는 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해 여야가 위원장을 번갈아 맡자는 제안도 꼼수로 보일 뿐이다. 통합당도 여당 시절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공언했던 만큼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와 법사위 개혁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