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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잠정합의 깨고 집단휴진 강행, ‘응분의 책임’ 물어야

등록 2020-08-26 18:18수정 2020-08-27 02:42

전국 의사 2차 집단휴진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집단휴진에 참가한 한 의료진이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규탄하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 의사 2차 집단휴진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집단휴진에 참가한 한 의료진이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규탄하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6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만에 다시 300명대로 늘어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기어이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이날 새벽까지 정부와 의협이 대화를 이어가며 마련한 집단휴진 철회 잠정 합의안을 전공의들이 뒤엎는 바람에 결국 일부 개원의들까지 휴진에 들어간 것이다. 전공의·전임의는 이미 21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 중이다.

병상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정도로 코로나 환자 수가 급증하는 마당에, 환자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위는 무책임할 뿐 아니라 무모하다. 이날 아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의 전공의·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업무 이탈을 유지하고 있는 의사들이 대다수다. 정부는 법까지 무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대 졸업반 학생 90% 이상이 응시를 거부한 의사 국가시험도 9월1일에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전공의·전임의가 빠진 대형병원들에서는 이미 수술 연기, 응급진료 축소 등 의료 공백 상황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빅3’ 가운데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평균 190건 수술이 이뤄지는데, 이날 예정됐던 수술 65건이 연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의 암 수술 연기로 불안에 떨거나 아픈 아이를 데려갈 병원을 못 찾아 발을 동동거리는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술이 연기돼 질병이 악화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의료사고 같은 피해를 보는 환자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들이 정부와 의협의 잠정 합의안을 뒤엎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의대 증원 등의 논의를 ‘보류’하는 것일 뿐 ‘철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공공의료 강화’라는 대원칙에 동의한다면서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은 필요 없다”, “의료수가를 높이면 지역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별 의사 수입 통계는 경제적 보상으로만 지역의사를 늘릴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의사들은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공공의료를 강화할 것인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소수의 목소리지만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올바른 증원’ 방식을 함께 모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할 ‘제대로 된’ 의사 증원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자는 것이다. 올바른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주문했다. 의사들은 벼랑 끝 싸움으로 정부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하며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비상시국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다면 의사들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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