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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응급처치 못받고, 수술은 연기되고…“환자만 인질됐다”

등록 2020-08-26 18:12수정 2020-08-26 22:33

집단휴진에 애타는 시민들
“4살 아이 턱 찢어졌는데, 막막…” 응급환자와 부모들 ‘발동동’

자녀 아픈 부모·응급환자 발 동동…병원 적은 중소도시 불편 더 커
대학병원에선 수술 연기 속출…삼성서울병원, 190건 중 65건 미뤄
암환자들 병세 악화될라 불안…일부선 “휴업 병원 불매운동을”
전국 의사들이 2차 집단휴진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의원 들머리에 개인 사정으로 이틀간 휴진에 들어간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국 의사들이 2차 집단휴진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의원 들머리에 개인 사정으로 이틀간 휴진에 들어간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동네 의원을 포함한 전국 의사들이 사흘간 병원 문을 닫고 2차 집단휴진에 나선 26일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병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도시에선 동네 병·의원 일부가 휴업하자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과 응급환자들이 문 연 병원을 찾느라 애를 태웠다.

이날 아침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네 병원이 문을 닫아 헛걸음했다”는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북 구미에 사는 한 시민은 “4살 아이가 문에 부딪혀 턱이 찢어졌는데 상처가 크다. 봉합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아 병원을 알아보는데 대학병원은 전공의 파업이라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종합병원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막막하다”는 글을 올렸다. 경북 안동에 사는 이아무개(35)씨는 <한겨레>에 “태어난 지 100일이 갓 지난 둘째 딸의 피부병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전화했으나 휴진으로 아예 예약을 안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차 휴진 때에도 큰아들이 감기에 걸렸는데 동네 소아과와 내과가 모두 문을 닫아 콧물약만 먹고 1주일을 꼬박 앓았다”며 “의사들과 정부가 싸우는데 우리가 인질로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별 맘카페에선 휴업 병원과 진료 병원 목록을 공유하며 자구책을 찾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휴진 의사를 밝힌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날 낮 12시 기준 3만2787곳 중 6.4%다.

대학병원에선 전공의와 전임의의 휴진이 계속되면서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평균 190건의 수술을 하는데 이날 예정됐던 수술 중 65건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증 환자 가족들의 경우 전날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한차례 잠정 협의에 이르렀다가 무산된 만큼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다.

암환자 환우카페 이용자 ㄴ씨는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26일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전공의 파업(휴진)으로 연기됐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한달 동안 수술을 기다렸는데, 암이 더 퍼질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의 한 지역 카페 회원 ㄷ씨도 “아버지가 암 수술 뒤 팔다리 마비가 와서 26일 수술이었는데, 의료진 파업으로 수술이 두달 밀렸다. 수술날만 기다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까 겁이 난다”고 적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전공의들 휴진은 대학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에 영향을 미치고, 동네 병원 휴진도 일반 시민의 진료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번 휴진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게 된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휴업하는 의료기관 목록을 정리해 앞으로 방문하지 말자”며 ‘불매운동’까지 촉구하고 있다. 박아무개(31)씨는 “내가 다니는 병원 중에 집단휴진에 참여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떠나 모두가 힘든 시기에 휴업으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펴는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이 없다”며 “총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구책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강재구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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