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2차 집단휴진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사가 정부의 ‘지방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보건복지부가 환자 진료를 위해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정부와 의사단체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 이어 사직서 제출을 준비 중이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면허 취소까지도 검토할 방침이어서 점점 ‘벼랑 끝 싸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2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오전 8시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수련병원(95곳)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는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59조에는 집단휴진으로 인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면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가 의료기관이 아닌 전공의·전임의 등 의사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수백명씩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집단휴진까지 겹치면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먼저 수도권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해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근무하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수도권의 수술실과 분만실·투석실, 비수도권 지역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차례로 개별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거나 1년 이하의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의사면허를 취소당할 수도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까지 준비하며 강하게 버티는 모양새다. 양쪽의 협의 창구도 닫혔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에 또다시 집단휴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집단휴진 참가율은 전날 58.3%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이 근무하는 수련병원 대부분이 응급환자나 중환자들이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점이다. 당장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연기, 응급실을 경유한 중환자 이송 거부 사태 등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응급의료포털’ 등에서 진료 가능한 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28일 사흘간 집단휴진을 벌이기로 했는데, 첫날인 26일 낮 12시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 신고율은 10.8%(3549곳)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휴진율이 10%를 넘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기관 집단휴진을 계획한 의협이 회원인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 공정거래법 26조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봐서,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의협은 “업무개시명령과 공정위 조사 등 의료계를 위협하는 부당한 조처”라며 강력 반발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