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와 20년 지기라고 소개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8년 11월 이후 이탈리아에서 종적을 감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가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정부는 조 전 대리대사의 입국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지난 6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7일 이를 확인했다. 조 전 대리대사가 한국에 들어온 사실이 1년 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북한에 있는 가족을 걱정한 본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동의 없이 입국 사실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것은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한국으로 온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딸을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며 이날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조 전 대리대사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을 과거처럼 ‘남북 체제 대결의 승리’로 활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언론도 신중하고 차분하게 다뤄야 한다.
일부 언론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의 망명 이후 국내에 들어온 최고위 인사라며, 남북관계에 파장이 클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에 비춰보면 과도한 의미 부여다. ‘대리대사’란 명칭이 대사급이란 해석을 낳았는데, 대리대사는 북한 외교관 직급이 아니라 대사가 공석일 때 하위 직급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임무’라고 한다. 북한 대사관은 대사-공사-참사-서기관으로 짜이는데 조 전 대리대사의 직급은 1등 서기관이다. 그의 실제 직급은 공사였던 태영호 의원보다 낮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총격 사망으로 남북관계가 민감한 시기여서 조 전 대리대사의 입국이 알려진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일을 정략적 관점이 아닌 인도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