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쿨 미투’의 시작을 알렸던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인 교사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19일 서울북부지법은 이 학교 전직 국어교사 ㄱ씨에게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가해자는 2011~2012년 학생 5명을 교실 등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추행 중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며 “교육자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학교와 교육청, 경찰과 검찰까지 기성세대의 외면 속에서 힘겹게 이어온 학생들의 싸움이 3년 만에 첫 결실을 맺게 됐다.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에스엔에스상에서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아 시작된 용화여고 스쿨 미투는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미투’ ‘위드유’ 등 포스트잇을 붙여 호응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전국적인 스쿨 미투로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학생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지지도 받았다. 학창시절 권위적인 학교문화 속에서 교사로부터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 한 채 졸업한 성인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미투 이후 더 가혹한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교사 18명을 징계했지만, 이 가운데 15명이 학교로 돌아왔다. 일부 교사들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겠다며 되레 학생들을 위협했고, 성폭력에 연루되지 않은 교사들마저 ‘가족 같은 사이에 지나치다’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등 회유에 나서면서 지친 학생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검찰은 피해자를 가장 많이 낸 ㄱ씨조차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스쿨 미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속도로 냉각됐지만 지난해 2월 ‘노원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내면서 추가 수사 끝에 ㄱ씨가 기소됐다.
이번 판결이 학내 성폭력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미성년자를 존중하지 않는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경종이 되길 바란다. 학교와 교육청이 학생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태를 무마하거나 교사들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던 것을 교육계는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막는 안전의 보루가 될 수 없다면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