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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의 ‘거악 수사’, 검찰 비위 의혹은 예외인가

등록 2021-03-03 19:11수정 2021-03-04 02:42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거짓 증언 강요’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임 연구관이 최근 정식 수사 착수를 보고했는데, 윤 총장이 ‘직무 이전’을 지시하고 대검 감찰3과장에게 배당한 게 객관적인 사실관계다. 임 연구관은 이를 “직무 배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검은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직무 배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검의 주장은 형식논리일 뿐, 왜 임 연구관이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가 본질이다.

이 사건은 2010년부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사주한 의혹에 대한 것이다.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한테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한씨의 수감 동료 3명이 주요 증인인데, 이들이 수사팀에 수십차례씩 불려 나간 ‘출정 기록’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2명은 지난해 서로 다른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각각 법무부와 대검에 “거짓 증언을 강요받았다”며 전·현직 검사 14명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을 냈다.

이 내용을 몇달째 도맡아 조사한 이가 바로 임 연구관이다. 정식 수사로 전환한다면 누가 봐도 임 연구관이 적임자일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오는 6일과 22일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사안을 가장 잘 아는 검사가 서두르더라도 수사를 마무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혹시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임 연구관은 에스앤에스에서 “뒤늦게나마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법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윤 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반드시 대검에 남겨달라고 요청한 측근 가운데 한명이 한 전 총리 수사팀의 핵심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윤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해, 법원에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윤 총장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검찰이 ‘거악’과 싸우는 일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악 수사’에서 검찰의 비위 의혹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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