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거짓 증언 강요’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임 연구관이 최근 정식 수사 착수를 보고했는데, 윤 총장이 ‘직무 이전’을 지시하고 대검 감찰3과장에게 배당한 게 객관적인 사실관계다. 임 연구관은 이를 “직무 배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검은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직무 배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검의 주장은 형식논리일 뿐, 왜 임 연구관이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가 본질이다.
이 사건은 2010년부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사주한 의혹에 대한 것이다.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한테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한씨의 수감 동료 3명이 주요 증인인데, 이들이 수사팀에 수십차례씩 불려 나간 ‘출정 기록’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2명은 지난해 서로 다른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각각 법무부와 대검에 “거짓 증언을 강요받았다”며 전·현직 검사 14명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을 냈다.
이 내용을 몇달째 도맡아 조사한 이가 바로 임 연구관이다. 정식 수사로 전환한다면 누가 봐도 임 연구관이 적임자일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오는 6일과 22일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사안을 가장 잘 아는 검사가 서두르더라도 수사를 마무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혹시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임 연구관은 에스앤에스에서 “뒤늦게나마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법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윤 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반드시 대검에 남겨달라고 요청한 측근 가운데 한명이 한 전 총리 수사팀의 핵심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윤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해, 법원에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윤 총장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검찰이 ‘거악’과 싸우는 일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악 수사’에서 검찰의 비위 의혹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