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취임 뒤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의 지난 2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긴장 고조를 택한다면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외교의 문’을 열어놨다.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 탄도미사일임을 공개하면서도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했다. 북-미가 서로 상대방에게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인데, 일단 절제된 모습을 보인 건 다행스럽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취임 뒤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비핵화라는 결과를 전제로 외교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동맹국들과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맞대응’을 언급하며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면서도, 대화의 여지는 남긴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라고 확인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제삼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결의 위반”임을 명확히 밝혔지만, 안보리 회의보다 한단계 낮은 대북제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기로 수위를 조절했다. 대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노동신문>은 전날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2기의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혀 탄도미사일 발사임을 확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시험 발사를 참관하지 않았고 보도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대미 공세의 강도를 조절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북-미의 향후 행보에 따라 위기냐, 대화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긴장 고조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에 유연한 태도로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당사국들의 신중한 외교와 정세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북한의 무력 시위와 미국의 제재 강화가 되풀이돼온 ‘오래된 수렁’에서 이번에는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