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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목숨 걸고 일터로 가는 세상,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등록 2021-05-21 18:14수정 2021-05-22 02:34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작업 중 숨진 23살 청년 이선호씨의 비극 이후 산업현장 사망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참혹한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이어 20일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배선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당국은 구명줄과 같은 안전장치가 충분했는지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전남 광양의 철강공장에서는 40대 노동자가 압착 설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에서 상수도관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후진하던 굴착기에 치여 숨졌고, 앞서 14일에도 강원 동해 시멘트 공장에서 크레인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참사가 되풀이돼야 한단 말인가.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어김없이 ‘안전제일’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허망한 표어다. 최근의 사고들에서도 안전조처 미흡이 반복해서 드러났다. 더욱이 사망 사고가 일어난 대기업 사업장들은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빈발했던 곳이다. 삼성, 대우, 현대 등 조선소에서는 최근 5년 동안 78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다. ‘죽음의 작업장’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에 대해 비판이 쏟아져도 기업들의 경각심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회사 책임자들이 노동자들의 안전에 나 몰라라 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산재 방지는 기업 자율이 아닌 엄격한 처벌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산재 사고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정부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첫번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얼마나 힘썼는지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선호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산재 방지를 약속한 데 이어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락 사고, 끼임 사고 등 후진적인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회성 지시에 그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산재 예방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고 강력한 대책으로 가시적 결과를 보여야 한다. 세계 10위 경제강국에서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걸고 일터로 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을 바로잡는 데 정치권도 더 이상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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